참외는 이제 우리나라 민족의 과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맛보기 힘든 토종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참외는 'K과일'의 자부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오이속 작물에는 참외와 오이가 있습니다.
참외는 삼국시대 때부터 중국에서 들여온 것을 재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일신라 시대 때부터 보편화된 참외는 개량을 통해 토종으로 거듭났습니다.
고려사에는 최응의 어머니가 임신하였을 때 집에 있는 오이 덩굴에 참외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최응은 통일신라 말기 사람이기 때문에 통일신라시대에 오이와 참외가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참외 모양의 도자기, 청자 등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참외는 사실 멜론과에 속하는 과일로서 최초 원산지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이며 주로 퍼지게 된 나라는 인도, 터키, 이란, 중국 등 입니다.
참외는 아프리카에 이어 동인도 그리고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되었고, 그 후에 한국과 일본으로 소개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참외가 실질적으로 재배되는 나라는 한국 뿐 입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보는 참외는 모두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품종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습니다.
일본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참외 재배를 포기하면서 뜻하지 않게 한국이 참외 종주국이 된 셈 입니다.
따라서 미국, 유럽 등 영미권에서는 사실 흔하지 않은 과일이고 일본, 중국 등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외국시장에서 참외를 봤다면 십중팔구 한국인을 상대로 특별히 재배했거나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참외(Chamoe), 또는 코리안 멜론(Korean-melon)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2016년에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참외는 Korean-melon(코리안 멜론)이란 명칭을 획득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 참외는 멜론류로 분류됐습니다.
멜론은 껍질이 두껍지만 참외는 상대적으로 껍질이 얇은 편 입니다.
참외의 씨앗은 먹을 수 있으나 멜론의 씨앗은 먹을 수 없습니다.
멜론이란 단어가 들어간 과일에는 수박, 워커 멜론(water melon)이 있습니다.
한국산 참외 수출 국가는 홍콩, 일본, 싱가포르,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인데 홍콩에선 이색 멜론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농수간식품유통공사는 "참외는 식감이 특이하고 유사 품목인 멜론보다 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며 "주요 수출국에서 유통되는 참외는 한국산이 유일하며, 다른 신선 농산물보다 경쟁 수준이 낮아 수출을 쉽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현재 참외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특히 경북 성주에서 많이 생산이 되는데 성주는 전국 참외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는 곳입니다.
'참외'가 민족 과일이라는 것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거짓이 아닌 '참'된 '외'이기 때문에 참외입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외는 오이의 준말이라고 나옵니다.
참외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자로 오이 과(瓜)자를 쓰는 과일이나 채소는 여럿 있습니다.
참외도 그중 하나인데 진짜라는 뜻에서 진과(眞瓜)라고 합니다.
반면에 지금 우리가 오이라고 부르는 채소는 토종의 진짜 오이가 아니라 서역 오랑캐 땅에서 전해졌다는 뜻에서 호과(胡瓜) 입니다.
또는 덜 익었을 때는 파랗지만 익으면 노래진다는 의미로 황과(黃瓜)라고도 합니다.
호박은 남과(南瓜)인데 원산지가 남미로 남쪽에서 전해졌기 때문에 생긴 이름입니다.
수박의 한자 이름은 서과(西瓜) 입니다.
고려 때 전해졌는데 전래 경로가 오이와 비슷하지만 오이가 먼저 호과라는 이름을 차지했기 때문에 서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과일이나 채소는 아니지만 수세미도 '외'의 일종인데 내용물이 실 같은 섬유질이어서 '사과(絲瓜)'라고 합니다.
수세미 사과(絲瓜)는 사과나무의 열매 사과(沙果/砂果)와 한글로는 이름이 같습니다.
흔한 과일 하나를 놓고 민족 운운하니까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참외는 우리에게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이나 상민 구분 없이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즐겨 먹었던 과일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참외는 보릿고개를 맞은 농민들에게는 가을철 벼가 익기 전까지 식량이 떨어지면 밥 대신에 먹는 양식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참외가 쏟아져 나오면 서민들은 한시름 놓으며 값싼 참외로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합니다.
1928년에 발행된 별건곤(別乾坤)이라는 잡지에 참외는 값싸고 배가 불러 양식으로 먹는다고 했습니다.
1909년 어떤 일본인은 조선의 하층민은 참외로 배를 채운다며 신기하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조선시대 농민들은 여름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참외를 재배했습니다.
조선 중기 때 문인인 박동량은 기재잡기(寄齋雜記)에 세종대왕이 경기도 용인 여주 이천 등지로 사냥을 나서면 길가의 백성들이 청참외와 보리밥을 대접했는데 그러면 반드시 술과 음식으로 답례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성군인 세종대왕에게 농민들이 자신들이 먹던 음식이라도 대접하려고 했던 모습이 정겹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과일인 만큼 예전 참외는 지금보다도 종류가 훨씬 다양했습니다.
별건곤이라는 잡지에 여러 종류의 참외가 보이는데 알록달록한 개구리참외, 겉이 노란 꾀꼬리참외, 색깔이 검은 먹통참외, 속이 빨간 감참외, 모양이 길쭉한 술통참외, 배꼽이 쑥 나온 배꼽참외, 유난히 둥그런 수박참외가 있다고 했습니다.
쥐똥참외라는 것도 있는데 야생종이라 맛이 없어 아이들이 장난감으로만 갖고 놀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랐다면 어린 시절 맛보았던 추억의 참외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참외의 효능 알아보겠습니다.
참외에는 비타민C, 비타민E, 칼륨, 엽산, 식이섬유 등이 풍부합니다.
또한 참외의 꼭지에는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성분이, 참외의 껍질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합니다.
쿠쿠르비타신은 박과 식물 특유의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쓴 맛이 나는 것인데 참외 꼭지 부분에는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살충성분인 쿠쿠르비타신이 함유되어있습니다.
이는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여 항암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인체에서 필요할 때 비타민A로 쉽게 전환되는데요.
베타카로틴은 참외에서 노란색 색소를 보입니다.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전자기기 화면과 자외선 방사로부터 발생하는 블루라이트 노출에 의한 안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 체계를 증진하여 결막염과 눈병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참외를 처음 먹어보고 놀라운 반응이 다수입니다.
한 일본인 기자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참외라는 과일을 봤다”며 “씨까지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인 유튜버는 참외를 처음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렸는데 씨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버 '영국남자' 올리의 귀염둥이 딸 주노는 참외를 보고 당당하게 '호박!'이라고 외친 바 있습니다.
우리 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호박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과일이 바로 참외인 셈입니다.
현재 참외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로 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참외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