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이혼 소송 대법원 상고에 나서는 가운데 2심 판사의 판결이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에 유리하게 나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2심 항소심은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주도했습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를 이끌고 있는데 과거에도 위자료 산정에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폭넓게 반영하고, 부부 중 한쪽이 단독 취득한 재산도 재산분할에 포함시키는 등 파격적 판결을 여러 차례 냈었습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SK 주식회사 지분이 포함된 1조3808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이 정당한 지에 대해 대법원에서 크게 4가지 쟁점을 다툴 전망입니다.
특히 최태원 회장 측은 대법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등 항소심 재판 결과를 치열하게 반박할 방침입니다.
가령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이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했다고 지적했지만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SK그룹은 노태우 정부 시절에 오해를 불식시키기 의해 이동통신 사업권을 오히려 반납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 현재 SK텔레콤을 비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SK그룹 최태원 노소영 부부 소송 결과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창업자와 부인 이모씨의 이혼소송에서도 엄청난 파장을 줄 전망입니다.
권혁빈 부부는 사실상 공동 창업을 했다는 점에서 이혼소송 재산분할이 2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 될 것이란 전망도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항소심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 4가지를 중심으로 자세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
대법원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선경건설, 현재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 50억원짜리 6장을 근거로 삼아 300억원이 최종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돈으로 최종현 선대회장이 1991년 태평양증권 인수에 성공했고, SK가 성장하는 유형적 기여의 근원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 측은 어음의 경우 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이를 주겠다는 약속일 뿐,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써준 어음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약속어음은 차용증이 아닌 만큼 발행인 선경건설이 소지인 노태우 측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할 뿐 ‘받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어음 발행 시점도 지적했습니다.
300억원의 어음 발행일은 1992년 12월로, 태평양증권 인수시점 1991년 12월 보다 1년이나 늦습니다.
아직 받지 않은 돈으로 증권사를 인수했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입니다.
법조계에서는 구체적 물증이나 확실한 입증 없이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을 핵심증거로 내세운 법원 판단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음에 대한 입증도 없이 무리한 판결을 했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을 자녀가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하는 건 심각한 폐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대법원에서 인정할 경우, 범죄자가 범죄를 통해 취득한 돈을 아무도 모르게 사돈에게 은닉한 후 그 자녀에게 물려주는 ‘불법상속’을 용인하는 셈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비자금을 숨겨 엄청나게 불어난 돈을 그의 딸 노소영에게 주라는 게 이번 판결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소영 관장에게 불법 상속을 용인한 결과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SK텔레콤 인수와 정경유착 의혹
항소심 재판부는 SK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정경유착의 산물로 판단했는데 최태원 회장 측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사안입니다.
노태우 정부가 공중전기통신사업법,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설비제조사를 갖고 있던 삼성, 현대, 대우, LG의 통신서비스 진출을 제한했고, 그 결과 SK가 특혜를 봤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기업가정신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대부터 정보통신을 SK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습니다.
SK그룹은 1991년 4월 선경텔레콤을 설립했습니다.
선경텔레콤의 후신인 대한텔레콤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당시 야당 대표 등이 사돈기업 특혜라고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나서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야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성공한 것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며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SK 경영진들은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정부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판결한 내용과 관련 추후 진실 규명 및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최창원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공동 현안 등을 논의합니다.
이날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개인 차원을 넘어 SK그룹의 가치와 역사를 심각하게 훼손, 이에 대한 입장 정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임시 소집됐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이날 CEO들은 최근 법원 판결이 SK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온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1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CEO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CEO들에게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모두 함께 따뜻한 마음을 모으자"면서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당부했습니다.
◇SK(주)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회사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주식 가치 증가에는 최테원 회장뿐 아니라 노소영 관장 측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해서 입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이 주식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일종의 상속재산이자 특유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선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1994년 5월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2억8000만원을 증여받았습나다.
그는 이 돈을 활용해 1994년 11월 유공, 현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취득했습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12월 SK컴퓨터통신을 흡수합병하면서 SK C&C가 됐습니다.
SK C&C는 2001년 1월 SK 주식회사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과정을 통해 SK C&C는 2015년 SK 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하며, SK 주식회사가 SK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됐습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의 SK C&C 지분은 32.92%였고, 이 주식은 합병 직후 SK 주식회사 23.4%가 됐습니다.
특히 1998년 8월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후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상속재산협의분할을 통해 부친이 보유하고 있던 SK그룹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최태원 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주식 가치 증가에 대해 최종현 선대회장이 SK C&C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다음, 최태원 회장과 수많은 임직원들의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와 가족 구성원 뿐 아니라 주주, 종업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기여가 종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소영 관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재산분할 비율 35%와 이미 증여 마친 주식
재산분할 비율 35%도 논란거리입니다.
항소심은 최태원 회장 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하고, 이 중 35% 1조3808억원을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4조원 중 1조원 가량은 최태원 회장이 갖고 있지 않는 재산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 10월 최종현학술재단에 SK 주식회사 20만주, 527억원, 그해 11월엔 친인척 18명에게 SK 주식회사 329만주, 9228억원을 증여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증여분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켰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실제 갖고 있는 순재산 3조원 중 절반 가까운 금액을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 되고 말았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순재산 3조원 중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것은 과도한 비율”이라며 “가정경제공동체 밖의 재산은 이혼시 분할 비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크게 4가지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2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2심 항소심 재판부는 ‘남편’으로서 최태원 회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한 점은 뼈아프다는 분석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최태원 회장이 시인하는 부정행위 시점은 2009년 5월 초경이고 혼외자가 2010년에 태어나고, 이후 입양해 현재까지 십수년 사실혼 관계를 유지 중”이라며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과의 혼인관계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공거인과 공개적 활동을 지속한 것은 마치 배우자 유사 지위에 있는 것 같은 태도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대법원에서 최태원 회장 측은 혼인 생활 과정에서의 책임을 놓고 다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가정법원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결혼생활 중 책임을 놓고 다투기에는 최태원 회장이 불리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역대 최대 위자료 20억 원 같은 부분은 적극적으로 다투는 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특유재산 여부를 놓고 법리적으로 붙어보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 등 최태원 회장 소유의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특유재산 재산분할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한 사건인 만큼 대법원 소부에서 ‘대법관 중 누군가의 이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로 간다면, 거꾸로 최태원 회장 손을 들어줄 대법관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다퉈볼 만하다는 설명입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재산분할 비중을 놓고 다투기보다는 물려받은 SK 주식을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얼마나 잘 세워서 증거와 함께 제시하는가가 최태원 회장 측에 필요한 법적 전략인 것 같다”며 “전원합의체에 가지 않고, 소부에서 사건이 뒤집히려면 일부 재산에 대해 ‘공동 재산이 아니’라는 정도일 텐데 그럴 경우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은 피하기 힘들 것이고 전원합의체까지 간다면 SK 주식이 특유재산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대법관들의 판단이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불륜이라는 딱지로 인해 2심 재판부의 과도한 판단에 대한 쟁점이 제대로 대중 판단을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 상고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는 1년 이상 소송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계속 될 전망입니다.
또한 SK그룹 최태원 노소영 부부 소송 결과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창업자와 부인 이모씨의 이혼소송에서도 엄청난 파장을 줄 전망입니다.
권혁빈 창업자와 부인 이씨는 공동창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조원 이상 재산분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권혁빈 창업자의 비상장회사 스마일게이트 재산을 35억 달러, 약 4조 8286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이혼소송은 빌 게이츠 부부입니다.
빌 게이츠는 2021년 이혼할 당시 175조원 상당의 주식, 부동산, 미술품 등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 합의했습니다.
빌 게이츠가 아내 멜린다 프렌치에게 지급한 금액은 760억 달러, 무려 약 104조8800억원에 이릅니다.
최태원 노소영 부부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상고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