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가 최근 미국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독자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는 아버지 최태원 회장에게서 독립해 스스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민정 씨는 지난 2022년 2월 SK하이닉스를 휴직했는데 약 2년만에 아예 퇴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3세가 별도로 자신의 스타트업을 차린 것은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오너 3세 여성이 스스로 사업에 나선 것은 최민정 씨가 처음일 것입니다.
또한 언니 최윤정 씨도 SK바이오팜에서 일하고 있어 자매가 바이오 업종에 근무하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민정 씨가 SK그룹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을 차린 것은 부모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세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재계에 따르면 최민정 씨는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티그럴 헬스(Integral Health)'의 공동 설립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티그럴 헬스'는 미국 헬스케어 기관이나 건강보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심리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회원에게 심리치료사와 AI 기반의 케어 코디네이터를 매칭해 심리건강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준다고 합니다.
회사 측은 "경제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수준의 행동 건강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스타트업에는 최민정 씨를 비롯해 미국 예일대 의학박사 출신의 정신의학 전문가, UC 버클리 박사 출신의 전문가 등이 합류했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의료기관인 가톨릭 메디컬 파트너스와 협력해 사업을 더 확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사는 서비스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은 심리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의료비 부담의 문제로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정 씨는 건강관리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정 씨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와 관련 "심리적 건강은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에서 대규모로 건강을 관리할 해결책이 미래 세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정 씨는 재벌가 자제 중에서 그간 독립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민정 씨는 1991년생으로 33세인데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 입니다.
최민정 씨는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에서 자본시장과 인수합병(M&A)·투자분석 등을 공부했습니다.
2014년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소위로 임관한 후 전투를 담당하는 '함정' 병과 장교로 2015년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에 승선해, 6개월간 아덴만에서 파병 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민정 씨는 2017년 11월 전역 후 중국 톱10 투자 회사인 홍이투자(弘毅投資·Hony Capital)에 입사, 글로벌 엠앤에이(M&A)팀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해 국제통상과 정책대응 전문 조직인 인트라(INTRA) 소속으로 미국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일했습니다.
이후 최민정 씨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SK하이닉스 미국 법인 전략파트로 옮겨 PL(프로젝트 리더) 팀장으로서 인수·합병(M&A) 및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2022년 초 SK하이닉스를 휴직한 후 미국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원격치료 전문 스타트업 '던'에서 무보수로 자문 활동을 했습니다.
또 지역 비정부기구(NGO) '스마트'(SMART)에서 취약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민정 씨가 SK하이닉스 휴직 중 가운데 '무보수 자문역'으로 의료 스타트업에서 일한 것은 직원 '겸직금지' 사규를 위반하지 않는 범주였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은 SK그룹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SK그룹에서도 스타트업 창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너 3세의 계열사 퇴사 사실을 해당 그룹이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최민정 씨가 아버지와 소식을 끊고 독립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정 씨가 부모의 이혼 소송을 지켜보다가 SK하이닉스 퇴사와 함께 독자적인 행보 결심을 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앞서 최민정 씨는 2023년 5월 15일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어 16일 장남 최인근 씨, 17일 장녀 최윤정 씨가 각각 순차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탄원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에서 자녀의 탄원서는 이혼의 당사자인 부모 중 어느 한쪽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머니 노소영 관장을 옹호하는 탄원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최민정 씨는 엄마와 친분이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노소영 관장은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항소 배경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심 재판은 제겐 완전한 패소였습니다.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의 입장을 거의 100% 받아줬습니다. 1심 판결문을 받아들고 나서 재판을 더 받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눈길을 운전하면서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습니다.
'엄마, 그만하면 됐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모든 마음을 꺾는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도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노소영 관장이 최민정 씨와 대화하면서 항소를 결심했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언니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작년 연말 인사 때 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SK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윤정 최민정 자매가 바이오 관련 일을 하는 셈입니다.
남동생인 최인근 씨는 SK그룹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의 미국 법인 '패스키(PassKey)'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윤정 씨는 35세, 최민정 씨는 33세, 최인근 씨는 29세이기 때문에 후계자로 나서기에는 아직 나이가 적은 편 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63세, 노소영 관장은 62세 입니다.
세 남매는 지난 2021년 어머니 노소영 관장의 환갑을 조촐하게 축하해주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지난 3월 12일 이혼 소송 2심에서 다시 대면했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 나란히 출석했습니다.
두 사람이 법원에서 얼굴을 맞댄 것은 2018년 1월16일 열린 1심 조정기일 이후 약 6년 만 입니다.
정식 변론기일 기준으로 보면 1심, 2심 통틀어 처음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결혼 및 이혼소송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고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이혼소송이 시작됐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7월 노소영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소영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노소영 관장은 2019년 12월 입장을 바꿔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가운데 절반 수준인 약 650만주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했습니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665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노소영 관장 측 재산분할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SK 주식이 증여·상속 재산이라는 최태원 회장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노소영 관장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당초 1조원으로 추산됐던 주식의 절반에서 ‘현금 2조원’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변경했습니다.
애초 요구한 주식 지분 분할 대신, 고정된 액수의 현금을 선택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 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은 최민정 씨가 SK그룹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상황까지 번졌습니다.
최민정 씨는 해군 장교를 선택했을 정도로 독립심이 강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창업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