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왠지 모르게 일본어를 직역한 것 같은 이 문장은 지난 3월 26일 막을 내린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최종화에 뜬 한국어 문구 입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종영 시 제작진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한글로 적힌 자막이 화면에 떠 있는 장면은 낯설지만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일본 데뷔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채종협의 차기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채종협은 일본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5월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단독 팬미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차기 드라마 '우연일까'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채종협은 3월 26일 종영한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채종협은 멸종위기 동물을 연구하는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 역할을 맡았는데 상대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일본인 여성과 사랑을 통해 일본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채종협은 일본 유명 영화정보 사이트 에이가닷컴에서 일본 및 할리우드 배우들을 제치고 '배우·감독 인기 랭크' 1위를 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3위에 올라 있습니다.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따르면, 채종협은 현재 팬미팅 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신중하게 차기작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채종협은 5월 2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퍼스트 러브'(First Love)라는 제목으로 팬미팅을 열 계획입니다.
팬미팅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4월 9일 오후 일곱시 공식 팬카페 CHAEst(채스트) 선예매, 12일 오후 일곱시 일반 예매가 각각 진행됩니다.
채종협은 서울 팬미팅을 시작으로 일본에서도 팬미팅을 열어 직접 팬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채종협이 차기작 결정에 신중한 데에는 이미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기다리는 '우연일까?' 등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연일까?'는 종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0년전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작품입니다.
채종협과 김소현이 호흡을 맞췄습니다.
편성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채종협의 인기에 '우연일까?'에 대한 일본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배우 하도권은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스토브리그'에서 호흡하며 친해진 채종협의 한류 인기에 대해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라며 질투를 폭발했습니다.
그는 "'스토브리그' 찍을때 모두 유니폼을 입으니 각자 대기실이 있어도 굳이 한 방에 모였다. 다 같이 야구 레슨도 받고 똑같이 팔꿈치가 아프고 하니 더 돈독해졌다"며 "지금도 단톡방이 활발하다. 그런데 같이 출연한 채종협이 요즘 일본의 신한류를 이끄는 스타가 됐더라. 우리는 존사마라고 부른다."고 전했습니다.
하도권은 "'니가 이방에서 제일 형이다' '넌 글로벌이 됐다'고 한다. 차기작에서 주연으로 다시 만났을 때 대본 리딩 테이블에 마주 앉은 서로를 뿌듯해하며 찍어주기도 했다."며 "그때까지만해도 축하해줄수 있었다. 채종협이 잘될 줄은 알았는데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잘될 지 몰랐다"고 질투 어린 마음을 강조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다시 '아이 러브 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드라마가 한국인 남성 유학생과 일본인 여성 직장인의 알콩달콩한 국제 연애를 그린 내용인 만큼, 처음부터 마지막 한국어 자막까지 양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교차시켰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이 일본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주연을 맡는 일은 새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이 러브 유'의 존재는 독보적입니다.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골든타임'에 처음 진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채종협 배우가 현지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됐다는 점, 극 중 한국인의 존재가 '한류'와는 동떨어진 '평범한 일반인'으로 그려지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모름지기 대중문화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 혹은 문화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법.
그렇다면 '한국인 연하 훈남'이 남주 역을 꿰차기까지 일본 드라마 속 한국인들이 어떻게 묘사되고 소비되어 왔는지 되짚어 봅니다.
2002년, '겨울 연가'로 한류 붐이 시작된 다음 해, 배우 윤손하가 '국민 아이돌'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굿 럭(GOOD LUCK!!)에 출연했습니다.
배역은 기무라의 옆집에 사는 한국인인데 시종일관 다른 남자의 이름으로 기무라를 부르는 등 좋게 말해 감초, 달리 말해 괴짜처럼 묘사됐습니다.
일부 시청자는 한국인을 비하할 의도로 이런 연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후에는 한류 붐의 주축이 된 배우 및 한국 아이돌 멤버들이 기존에 형성된 팬덤을 등에 업고 주연이나 조연으로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지우 히메(공주)'로 통하는 배우 최지우가 2006년, TBS '윤무곡~론도'로 일찍부터 주연을 맡았지만 한·일 합작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캐스팅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11년에 들어서는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가 MBS '머슬걸!'에 한국인 스타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같은 해 방영된 후지TV '나와 스타의 99일'에서는 배우 김태희가 한국인 톱스타 역할로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스타들이 주목을 받긴 했지만, 동시에 한류를 타지 않고는 일본 작품에 등장할 명분이 부족한 시기였던 셈입니다.
그만큼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조로웠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이 러브 유' 드라마 속 윤태오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비교적 일본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직설적인 한국인답게 "좋아해"라는 말보다는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현지 발음대로 표기한 '마니 사랑해(マニサラン)'가 소셜미디어에서 밈처럼 쓰일 정도로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귀자마자 연락 빈도가 증가하고 온천에서는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드는 장면까지…한국인의 사랑법과 문화를 10화 내내 빼곡히 채웠습니다.
'아이 러브 유' 공식 SNS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 드라마에 대한 찬사와 속편 제작을 바라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피날레" "유리와 태오 덕분에 3개월 간 행복했다" "니카이도 후미를 더 좋아하게 됐고, 채종협을 만나서 반가웠고,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다" "니카이도 후미와 채종협의 연기를 계속 보고 싶다" "속편 또는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등의 댓글들이 넘쳐납니다.
또, "라이징 스타 채종협의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태오의 미소가 그리워" "다음 주부터 어떡하지? 태오군 만나고 싶다" 등 채종협의 연기 호평과 함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습니다.
종방 이후 채종협은 SNS에 "그 동안 '아이 러브 유'를 시청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스태프, 배우들으 배려와 노력들이 있었기에 작품과 윤태오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횹사마 신드롬입니다.
일각에서는 "태오 같은 남성이 한국에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현실성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드라마 속에 그려진 태오와 그를 대하는 유리의 태도입니다.
계산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태오와 어설픈 번역기를 써가면서까지 태오의 말을 이해하고자 하는 유리의 모습은 늘 반일·친일, 혐한·친한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에 갇힌 미디어의 편견을 가뿐히, 또 사랑스럽게 부숴버렸습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시작된 지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에서야 양국 시민들은 서로를 평범한 인간 대 인간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